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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미국생활

미국에서 운전하기, 텍사스 운전의 특징

by 오징어 다리 텐 2024. 1. 1.

이번에는 미국에서 제가 느낀 운전자들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지극히 경험적인 내용이고, 미국이라는 땅이 너무 크고 다양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일반화'가 아닌 하나의 '에피소드' 정도로 받아들여 주셨으면 합니다.

 

처음 텍사스에 도착하고, 렌터카를 빌려서 운전을 했을 때 제가 느낀 감정은 '위험하다'였습니다. 생각보다 차들이 너무 빠르게 달리고 '방향지시등을 왜 안 쓰지?'였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몇 가지 특징들은 한국과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미국, 텍사스 운전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 하겠습니다.

 

 

 

경적(크락션, klaxon)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제가 운전을 할 때는 '크락션'을 정말 많이 사용했었습니다. 신호가 바뀌었는데, 움직이지 않는 차가 앞에 있거나, 난폭운전을 할 때면 저도 어김없이 '크락션'으로 '경고' 아닌 '경고'를 줬었죠. 때로는 응원의 수단으로 '크락션'을 이용하곤 하죠. '대한민국! 딴따다 딴따' 국가대표 축구경기가 있는 날이면, 이런 식으로 '크락션'을 사용하는 차들도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텍사스에서 운전을 할 때는 정말 달랐습니다. '크락션'을 사용하는 경우가 정말 드뭅니다. 근교로 왕복 6시간 운전을 하더라도, '경적' 소리를 듣는 횟수가 세 번 미만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미국은 '총기'가 허용되다 보니, 시비가 붙으면 총 맞을 수도 있으니 서로 조심하는 건가?라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예전에 미국인 상사를 모시고 같은 차량에 탔을 때도, 다른 차가 우리에게 '크락션'을 울리면 정말 화를 내곤 했습니다. 이 '크락션'을 사용하는 행동에 대해 서로 주의하는 사회적 합의가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또 이런 행동을 굉장히 공격적으로 보는 경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무분별한 '경적' 사용은 벌금의 이유가 된다고 합니다.

 

이런, 문화적 관습, 도로 규정이 미국에서 '경적' 소리를 한국보다 덜 듣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요? 물론, 일반화해서는 안되지만요. (보스턴에서 운전할 때는 텍사스보다 훨씬 많이 '경적'소리를 듣곤 했습니다.) 

 

 

깜빡이(비상등)는 정말 비상시에 사용한다

출처: https://www.breakerlink.com/blog/driving/when-you-can-and-cant-use-hazard-lights/

 

일반적으로 운전을 할 때, 깜빡이(비상등)는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사용합니다.

  • 자동차 고장
  • 사고가 발생한 경우
  • 도로 위 정체
  • 악천후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경우
  • 도로공사나 행사 등으로 차량 통행이 제한되는 경우

물론, 다양한 상황이 존재하지만 간단하게 정리하면 '비상' 시에 사용하는 것이 '깜빡이(비상등)' 이죠. 우리나라에서는 이것뿐만 아니라 자동차 간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감사 및 사과의 표현'으로 '깜빡이 두 번', 차선변경을 할 때 양보를 구하기 위해서 '비상등'을 켜기도 합니다. 하나의 비상등을 이용한 수신호 문화가 있는 거죠. 저도 다른 운전자들에게 감사를 표할 때면 항상 '깜빡이 두 번'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제가 경험한 점을 사뭇 달랐습니다. 정말 '비상' 시에만 '비상등'을 켠다는 점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감사의 표시로 '깜빡이 2번'을 하곤 했는데, 이상하게 여기는 경우가 정말 많았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서로에게 '감사 및 사과의 표현'을 안 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간단하게 손인사를 많이 합니다. 이제는 저도 이런 문화가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도로 주행 시 '비상등'이 켜진 차량을 보면 '정말 비상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더욱 주의를 합니다. 어떤 것이 좋은 지는 잘 모르겠지만, '로마에 왔으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격언을 생각해야겠죠.

 

 

정지신호에서 반드시 멈추고, 순서에 따라 양보운전을 해야 한다

출처: https://www.safetysign.com/blog/why-do-stop-signs-have-eight-sides/

 

미국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정말 많은 수의 'STOP' 표지판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반드시 'STOP' 표지판 앞에서는 '정지'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한 표지판이니까요. 하지만, 사실 한국에서 운전할 때는 'STOP' 표지판도 많이 보지 않았지만, 보이더라도 속도만 줄여서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지나가곤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그럴 때면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경찰차가 친절히 사이렌 소리를 내며 따라오곤 합니다. 정지신호는 보통 다음과 같은 이유로 세워놓습니다.

  • 교통안전 확보
  • 보행자 보호
  • 교통 흐름 조절
  • 차량 통행량 분산

그리고 사거리에 'STOP' 신호가 보인다면, 일반 멈추고 'STOP' 표지판에 먼저 도착해서 정지한 차량부터 보내면 됩니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금방 익숙해져서 눈치껏 지나가게 되더군요. 왜 이렇게 'STOP' 신호가 많아서 빨리 운전을 못하게 할까?라는 의문과 함께 불편함도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신호등' 보다 편하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혹시나 제대로 정지하지 않아, 경찰차가 따라오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선팅(window tinting)을 거의 하지 않는다

제가 구매한 중고차에는 '선팅필름'이 전혀 부착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길을 돌아다니다 보면 '선팅'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차들이 즐비합니다. 그래서 차 안에 뭐가 있는지, 운전자가 어떤 얼굴에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모두 보입니다. 제가 한국에서 운전할 때면 경쟁적으로 '선팅필름'을 부착해서 사생활 보호를 했는데 참 신기한 일이죠. 

출처: https://www.vinylfrog.com/blogs/car-wrap-tips/window-tint-percentages

 

미국에서는 틴팅 규정에 대해 엄격하게 적용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이렇게 틴팅을 심하게 하면 경찰에게 잘 검문 검색 당한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저라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의 차들은 운전자의 얼굴이 보이는 정도로 틴팅을 하거나, 틴팅을 하지 않았는데 일부 차들만 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틴팅을 했다면, 괜히 차량정보도 한번 더 조회하게 되고 눈길이 가게 되니까 말이죠. 

 

텍사스 DPS에 따르면 빛 투과율이 25% 이상, 반사율은 25% 이하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보다 여유가 있는 규정 같은데, 주변에서는 그렇게까지 틴팅을 하는 차들이 많지 않습니다. 문화적인 차이 때문일까요? 

좌측: https://www.tinting-laws.com/texas/ , 우측: https://www.dps.texas.gov/section/vehicle-inspection/window-tinting-standards

 

제 경험에 의하면 틴팅을 하지 않으면, 시야도 잘 확보되고 생각보다 운전하는데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햇볕이 너무나 뜨거워 선글라스가 필수죠.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1열 창문은 틴팅을 약하게 하고, 2열 창문은 짙게 하고 다니는 차들도 많이 보입니다. 개인의 선호에 따라 틴팅을 해야겠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안전운전 이겠죠. 

 

 

블랙박스를 달고 다니는 차들이 없다

한국에서 차량을 구매할 때면, 판매 딜러들이 서비스로 '블랙박스'를 설치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개인적으로 반드시 설치를 하는 편이죠. 제가 경험한 미국에서는 '블랙박스'를 설치한 차량이 없었습니다. 저의 경험에서는 정말로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미국에서 40년을 거주한 저희 이모도 차량에 블랙박스를 설치하지는 않으셨습니다. 

'비용', '개인정보', '법적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문화적 차이'가 가장 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초보운전'이 아닌 'Student Driver'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운전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초보운전' 표시를 붙이고 다니죠. 이때,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으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곤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이고 다녔는데, 그때 운전을 할 때면  '초보운전' 표시를 보고 주변에서 이해해 주고 많이 양보해셨던 기억이 납니다. 

 

미국에서는 '초보운전'이라는 표현을 'Student Driver'라고 합니다. 직역하면 학생 운전자?인데요. 제 생각에는 미국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한 최소 나이가 16세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운전을 시작하는 나이가 '학생'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보통 대중교통으로 학교에 가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스쿨버스를 타거나 이 나이가 되면 학생들도 차량으로 학교를 다니는 환경도 'Student Driver'라는 명칭에 한몫을 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운전면허 취득 최소나이가 만 18세이고, 대중교통으로 학교에 가기가 수월하기 때문에 보통 자동차를 취업을 하고 어느 정도 돈을 모았을 때 구매하기 때문에, 미국과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망가진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

 

미국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위의 사진처럼 (외형적)으로 망가진 차들이 정말 많습니다. 기능적인 부분까지는 제가 알 수 없으나,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입니다. 심한 경우에는 깨진 창문을 비닐과 테이프로 막아놓고, 내려앉는 범퍼를 테이프로 붙입니다. '자동차가 굴러만 가면 된다'라는 말에 충실한 모습입니다. 

 

저도 운전을 하면서 창문을 저렇게 한 경우는 많이 못 봤지만, 사고로 자동차가 움푹 파였거나 범퍼가 내려앉아 덜렁거리는 모습은 정말 많이 봤습니다. 제 생각에는 비싼 '수리비' 때문에 기능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그냥 다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Youtube 영상에서도 어떻게 수리하는지에 대한 영상도 정말 많습니다. 제 지인의 경우 자동차 에어컨이 망가졌는데, 정식 서비스 센터에서 $3,000의 비용이 든다고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의 경우 '수리비'가 저렴한 편이고, 주변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다 보니 자동차가 망가지거나 외형적으로 보기 안 좋으면 바로 수리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에 반해 미국 사람들은 그렇게 덜 하는 편이 거죠.

 

 

도로 폭과 주차장 폭이 정말 넓다.

앞선 내용에서는 중립적인 시각으로 이렇다 할 장점 혹은 단점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미국 운전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도록 폭'과 '주자창 폭'이 정말 넓습니다. 미국의 경우 일반 도로는 2.7 ~ 3.6m, 고속도로는 3.3 ~ 3.6m라고 합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일반 도로가 2.5 ~ 2.8m, 고속도로가 3.0 ~ 3.5m이니 미국에서 실제 운전을 하다 보면 차선 침범에 대한 걱정이 없습니다. 주차장 폭도 넓어서 대부분의 차들은 '사이드 미러'를 접지 않고, 차량을 내릴 때도 '문콕'이나 비좁은 틈을 나오려고 고생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출처: 2014 Ford F-450 Super Duty (https://www.autobytel.com/8-biggest-trucks)

 

이런 자동차들이 도로에 워낙 많다 보니 때로는 그 넓은 도로 폭이 좁아 보이기도 합니다. 도로가 넓어서 자동차들이 커진 건지, 자동차들이 커서 도로가 넓어진 건지 선후관계는 알 수 없으나 '픽업트럭'을 너무 사랑하고, 개인차량을 개조하여 '더 크게' 만들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 보니 이런 도로 폭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글을 마치며

제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텍사스 운전에 특징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일반화' 할 수는 없으나 한 번씩 공감할 만한 내용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 운전이 더 편하다, 미국 운전이 더 편하다와 같은 가치 판단을 할 생각이 없습니다. 어느 나라에 있는 운전자도 다 같은 사람이고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입장이죠. 그럼에도 서로 다른 특징이 있는 것은 그들이 살아온 문화와 환경 그리고 제도에서 기인했을 거라 짐작할 뿐입니다.